랜턴을 머리 쪽에 대고 머리를 툭툭 치니 초긴장하여 고개를 드는데 눈만 반짝였다.
적을 보고 담대한 것이 전쟁터에서 군인의 기본 정신이기에 담대했다. 월남말로 “여 따이렝” 하며 손들라고 소리를 질렀다. 적이 손을 들고 쭈그리고 앉았다.
구둣발로 옆구리를 툭툭 차면서 겁을 주었다. 한 손에 총을 들고, 한 손으로는 랜턴을 비추면서 몸수색을 하다, 약간 기미가 이상해 먼저 적의 양손을 뒤로 결박하여 꽁꽁 묶어버렸다. 적들은 사생결단하는 시간이라 별 모사를 다 쓴다. 다 죽은 척하다 자기 품속에 가지고 다니는 시퍼런 대검으로 쿡 쑤시는 수도 있다. 적을 잡아도 적을 죽일 때까지는 1:1일 때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몸을 수색하니 수류탄이 나왔다.
그리고 탄띠, 즉 허리띠에는 권총집만이 보였다. 총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듣기에 결국 수화를 했다. 적은 뛰어오다가 없어졌다는 듯이 말했다. 말 같지도 않은 적의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 말라고 적이 내 말을 듣든지 안 듣든지 고함을 치며, 일으켜 세워서 끌고 본래 있던 곳으로 어둔 밤, 무릎까지 닿는 잡초 지역을 걸어왔다.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앉아 상황판단을 하였다. 기도하고 정신을 다시 차려 짐작으로 오던 쪽으로 걸어왔다. 적을 쫓아 나올 때는 30m 가량이었던 골이 적을 잡고 올 때 실제 걸어보니 100m정도나 되었다.
시간이 한참 되어 같이 매복 작전을 왔던 전우들이 인원점검을 해보고 내가 없으니까 적한테 잡혀 갔나 하고 당황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행여 적인 줄 알고 총을 쏠까봐 산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우리 쪽에서 누구냐는 소리가 났다.
정 병장이라고 하자, 왜 거기까지 갔느냐고 소리를 지른다. 조명을 밝혀 달라고 하니 소형 조명탄이 한 발 터진다. 30초 간 그 주위만 밝다. 그 순간을 이용하여 마구 숨이 차도록 뛰어갔다. 잡은 적도 같이 뛰었다. “아니, 어디 갔다 왔느냐? 모두 이렇게 걱정하게 했느냐?”고 한마디씩 한다.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적을 잡아왔다고 하니 모두 정말이냐고 한다.
모두에게 적을 생포하여 왔다고 하니 사기가 올라갔고 밤새워 적을 몇몇 전우와 지켰다.
동쪽이 어디인지 동이 트고 있었다. 적을 생포하였기에 작전은 또 다시 지연되었다.
그러다 날이 완전히 밝았다. 통역관을 통하여 적을 조사했는데 소대장급이었다. 그래서 권총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총은 우리에게 잡히면 죽을 것 같아서 폭탄 터질 때 집어던지고 산 쪽으로 도망치다가 잡혔다고 했다. 30여 명이 마을 털이를 가다가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먼저 당한 것이라고 했다. 적들에 관하여 차이산, 혼바산의 모든 정보를 주었지만, 너무 범위가 커서 작전은 하지 않았다.
나는 전날 밤 잡아온 적한테 군 전투식량을 주어 먹게 했다.
중대장 현대우 대위는 대대에 적에 대해서 보고했다. 대대에서 부대대장이 나왔다.
적 생포함을 확인하고, 중대장에게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중대장, 소대장에게 왜 생포한 적을 죽이느냐며 죽이지 못하게 건의했다. 위에서 죽이라면 죽여야지 부대에 그냥 놓아둘 수가 없다고 했다. 아침에 먹을 것을 주어 잘 먹고 고마워하던 자가 죽을 수밖에 없게 되니, 아무리 적이지만 나는 괴로웠다. 나 혼자 같으면 살려주겠지만, 전쟁터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중대장이 쏴 죽여 땅에 묻게 했다.
그 적이 월남에 가서 처음으로 생포한 적이었다.
적의 죽음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살리려고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잡아왔는데, 총살을 시키니 앞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이 깊었다. 포로로 잡지 않으면 죽여야 되는데, 그것은 차마 하나님을 믿고 생명을 귀히 보는 나로서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다음에도 포로로 산 채로 잡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전투시에 적의 총에 맞아죽지 않으려고 먼저 본 자가 먼저 쏴 죽이고, 생포하는 것은 위험하니까 아예 생포할 생각을 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적을 꼭 생포했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이 세상 생명을 구하는 하늘 사명자로서 그것을 깨닫게 된다.
월남에 파월되어 갔다온 많은 사람 중에 나처럼 각종 위험에 위험을 무릎쓰고 적을 총으로 쏴 죽이지 않고 잡아온 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사람으로서 내가 한 일을 이해할 수가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행함은 하나님께서 나로 하여금 오늘의 인생을 구하는 구원의 사명을 위해 그때 생명의 은총자가 되게 나를 연단시키신 것 같다. 그 후에 연속 작전을 나가서 많은 생명들을 생포하였다. 차이산 작전 때도 포로를 잡은 일이 있었는데, 소대장이 크레모아를 터트려 공중분해시켜 죽였다. 이상하게도 내가 잡아온 적들을 총살시킨 지휘관들은, 30년이 넘은 오늘날 찾아보니 다 죽고 없었다. 그들의 나이는 내 나이보다 몇 살씩 위였다. 나 혼자서 10명 이상의 포로를 잡았는데, 그 중 2명은 죽여버렸고, 나머지는 다 살아 포로수용소로 갔다.
홍길동 작전 때도 아주 중요한 직책의 적을 생포하였다.
그때도 소대장 최희남 소위가 죽이려 했지만 내가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고 하였다. 결국 연대로 호송되어 각종 비밀을 캐내어 안 후, 작전에서 대성과를 얻었다.
주월사 작전 중 2개 작전을 크게 보는데 그 중 한 작전이 ‘홍길동 작전’이다.
그 큰 전투에서 전과를 많이 세우게 된 동기 중 하나가 포로를 잡아 각종 비밀을 알아내어 다시 접전하여 많은 전과를 얻게 된 것이다. 나는 그때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때의 소대장을 찾아 지금도 만나고 있지만, 그는 살아 생존하고 있다. 아마 내가 생포한 적을 쏴 죽였더라면 그도 살아있지를 못했을 것이라고 이 글을 쓰면서 영감이 스친다.
이 글은 67년도에 있었던 사실을, 따르는 제자들과 읽는 자들에게 인생의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하여 30년이 넘는 옛날을 회상하며 쓰는 것이다.
나만이 걸어온 인생길은 나만이 쓸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하나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함께 하심과 성령님의 감동적 보호들이 많았었다. 그렇게 내가 살았으니 많은 생명들을 구원하여야 할 책임과 사명이 이 밤에도 불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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