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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목사는

내 젊은 날 수도 생활의 하루 일과 2 [나만이 걸어온 그 길 #2]

 

글 : 정명석


벌써 내 방안에 겨울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 아버지, 어머니, 광석 형, 영자, 규석, 범석, 용석, 나, 여덟명이다. 시레기국에 수수밥, 그리고 밥에다 고구마 몇 개 얹어놓은 식사이다. 반찬은 김치가 전체 몫을 했다. 식사가 끝나면 모두 할 일이 태산 같다. 겨울이라 할 일이 없는 것 같아도 그 지겨운 인삼밭의 꺼치 엮기를 해야한다. 나도 지겨웠지만 특히 우리집 상머슴이라고 칭호가 붙고도 남을 어머니이셨다. 사랑방에 들어가면 온종일 나올 줄을 모르신다. 우리는 후다닥 소낙비 일을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기계보다도 더 무섭게 꾸준히 일하시던 모습, 천인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버지는 동네 마실 가시고, 때에 따라 꺼치 엮는 일을 하셨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하셨다. 

일 하시면서 어머니와 가끔 천둥 번개치듯 소리 지르며 말다툼을 하는 아버지의 고함치는 목청. 이에 투덜대며 반항하시는 어머니 목소리. 아버지의 그 천둥 번개치는 고함 소리는 녹음을 해놓지 않아 이제는 들어볼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지금은 그런 소리를 내지 않으신다. 

 


집안이 그렇게 바빴지만 나는 틈만 있으면 빠져 나가려고 했다. 
육신은 육신이지만 내 영혼이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영과 육은 새벽 3시부터 하루를 위해, 아니 앞날을 위해 냉수목욕으로 준비하고 닦고 깎아 놓았는데 겨우 인삼 꺼치나 엮는 일을 하게 되니 참 한심스러웠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항상 지겨운 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마음에 몸부림을 치며 나는 그 험한 곳을 빠져 나와 산으로 갔다. 다리골 기도굴이다. 나의 천국이다. 찬송을 부르니 내 마음이 날아가고 내 육신도 땅에서 붕뜨는 기분이었다. 

“내 영혼이 그윽히 깊은 데서”
“나의 기쁨 나의 소망” 


찬송을 했다. 30번 씩이나 불러야 속이 시원했다. 성경은 그때 그때 감동되어지는 대로 읽어 들어갔다. 잠재의식 세계, 감동의 시간이었다. 그러고 난 다음에 기도에 들어가면 깊은 밤이 일순간에 지나가고 일주일도 의식 없이 지나갔다. 기도하지만 어느 땐 밤이 지겨울 때도 많았다. 

깊은 진리를 깨닫고 달려가는 곳은 전도하는 것이다. 외쳐도 끝이 없고 가르쳐도 역시 끝이 없었다. 말씀에 불이 붙어 이곳 저곳 다니며 외치다 보면 긴긴 하루 해도 벌써 지고 땅거미가 온다. 집에 들어가면 밥을 먹으니 좋지만 또 인삼 꺼치 엮는 일을 해야 되기에 아예 먹지 않고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에겐 편한 편이었다. 그래서 아예 굴 속으로 곧바로 가 시간을 보냈다. 깊은 경지에 들어가 세상을 쳐다보면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것이 내 젊은 날 수도생활의 하루 일과 삶이었다. 

손 몸부림에 소 걸작품, 몸 몸부림에 대 걸작품, 영 몸부림에는 천년 대대의 걸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