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명석
베트남 전쟁터에 있을 때
베트남 전쟁터에 있을 때였습니다.
작전이 있을 때마다 부대원들 중에 두 사람씩 돌아가면서 작전에 나가지 않고 부대에 남아 근무를 서게 됩니다. 저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저녁이었습니다.
저는 저녁 6시~밤 12시까지 근무를 서고 돌아와서 내무반 침대에서 자고 있는 다음 근무자를 깨웠습니다. 그는 저보다 계급이 높은 하사였습니다. 그는 채 하사였습니다. 저는 그때 병장이었습니다.
저는 근무시간이 다 됐다고 하며 채 하사를 깨웠습니다. 그는 "야. 나 술을 잔뜩 먹어서 근무 못 서겠다. 네가 서.” 했습니다. 초저녁에 마을에 놀러가서 여자를 사랑하고 술 먹고 온 것이었습니다.
누구는 전쟁터에서 근무시간에 기생집에 다니고, 저는 모기에 뜯기면서 근무를 또 서야 하니 화가 났습니다. 근무를 서지 않으려고 계획적으로 술을 먹고 핑계 대려고 한 것을 알고 정말 괘씸했습니다. 더구나 상관이 모두 작전에 나갔는데 술을 먹다니, 상관이 알면 매 맞을 일이었습니다.
채 하사는 곤란하게도 내 윗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깨워도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습니다. 그래도 또 깨우니, 그가 일어나 담배를 피우면서 “이 새끼야. 윗사람이 술을 먹어서 근무 못 서는데 밑의 놈이 그까짓 것 한 번 못 서 주냐?” 하고 화가 나서 나를 쥐어박고 때렸습니다. 할 수 없이 제가 나가서 근무를 섰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감동되어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서 채 하사에게 말했습니다. "근무는 내가 설 테니 초소에 가서 자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채 하사는 “야. 잔소리하지 마. 그렇게도 하기 싫으면 내가 간다.” 하고 일어나 탄띠를 허리에 매고 철모를 썼습니다. 총을 가져오라고 해서 총을 가져다 손에 쥐어 주니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걸어 나갔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고 나가서 무슨 근무를 서겠어요? 내가 같이 갈게요.” 했습니다.
채 하사는 기어이 자기를 내보낸다고 화가 나서 저를 떠밀어 버렸습니다. 저는 ‘잘됐다. 잠이나 자자.’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급한 마음이 생기고 채 하사와 같이 가고 싶은 감동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빨리 뛰어나가면서 채 하사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채 하사는 저를 보고 “같이 갈 거야? 초저녁 근무 서고 또 근무 서게 해서 미안하다.” 했습니다. 그는 갑자기 이상하게 마음이 누그러져 저를 잘 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손을 잡고는 비틀거리면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렇게 같이 내무반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안 보이셨지만 알고 보니 저를 감동시키시고 그도 감동시키신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기어코 채 하사를 내무반에서 데리고 나가 초소로 같이 가게 감동시키셨고, 채 하사가 혼자 가겠다고 화를 냈지만 제가 틀고 같이 가자고 한 것입니다. 내무반 막사는 적의 포탄을 막기 위해 모래 마대로 두 겹을 씌워 놓았으며 지붕은 슬레이트였습니다.
내무반 정문에서 10m쯤 걸어 나오는데 채 하사가 말했습니다.
“내가 술을 먹었어도 오늘은 내가 근무 설 테니 너는 들어가라. 일어나니 갈 만하다.”했습니다. 자기가 혼자 근무를 서겠다고 하니, 그럼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없어서 초소까지만 바래다주고 나는 내무반에 가서 자겠다고 했습니다.
내무반 막사에 꽝소리와 함께 포탄이 떨어지다
그러면서 몇 발자국 더 걸어가는데, 그 순간 귀청이 찢어지고 가슴이 터지도록 ‘꽝!!!’ 하고 불꽃이 튀며 순간 벼락이 친 것처럼 주변이 환했습니다. 둘은 앞으로 고꾸라져 “적이다!” 했습니다. 방금 전에 우리가 나온 내무반 막사에 적들이 쏜 포탄이 떨어진 것입니다.
아마도 포탄이 터지면서 파편이 몸에 맞은 것 같았습니다. 이 순간 강한 감동이 들면서 일어나서 앞으로 뛰어가고 싶었습니다. 채 하사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내가 통솔할 테니 내 말을 들어!” 했습니다. 나는 ‘술에 만취된 자가 무슨 통솔이야. 내 말을 들어.’ 생각하며 채 하사의 손을 잡고 감동이 되는 대로 15m 더 앞으로 가서 다음 막사 벽 뒤에 엎어졌습니다.
이때 또 ‘꽝!!!’하고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환했습니다. 베트콩들이 또 포 공격을 한 것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호 진지로 뛰어 들어가다
둘은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근무를 설 호 진지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근무를 서는 호 진지는 지붕이 1m 가량 흙으로 덮여 있어서 안전했습니다. 둘은 “이제 살았다.” 하고, 아까 우리 뒤에서 처음으로 터졌던 포탄에 파편이 튀어 다치지는 않았는지 플래시를 비추며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피가 나는 곳은 없었습니다. 술 먹고 비틀거리던 채 하사는 정신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정신이 흐리멍덩하여 정신 못 차리는 자들도 환난을 당하고 죽음이 닥쳐오면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그런 섭리인들도 많습니다.
채 하사가 하나님을 믿겠다고 하다
이 상황을 상급 부대에 보고하니 “적의 공격이니 근무를 철저히 서라. 계속 보고하여라.” 했습니다. 밤새 근무를 섰으나 날이 샐 때까지 조용했습니다. 그날 밤 채 하사와 이야기하며 하나님과 예수님이 살려 주셨다고 하며 감사해했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은 꼭 죽을 것이었는데 둘 다 살게 된 것입니다. 그는 자기도 하나님을 믿겠다고 했습니다.
날이 환해진 후 떨어진 포탄의 위치를 파악하다
날이 환해져서 막사 쪽으로 와 보니 우리가 첫 번째로 엎드려 있었던 자리에도 포탄이 떨어져 땅이 깊이 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사는 방호벽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내무반에 들어가 보니 선생이 누워서 자려고 했던 침대와 옆의 침대 몇 개가 다 부서져 있었습니다. 포가 지붕을 뚫고 침대에 박히면서 바닥 콘크리트에 꽂히며 터진 것입니다.
지붕은 벌집이 되어 슬레이트 지붕 몇 장이 날아가 있었고, 내무반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 두꺼운 모래 마대를 두 겹으로 쌓은 방호벽도 넘어져 있었습니다. 적들이 쏜 첫 포탄은 채 하사와 내가 내무반 막사에서 나온 후 20초 쯤 후에 바로 막사 침대에 떨어진 것입니다. 막사에서 나온 후 첫 번째 포탄이 막사에 떨어졌고, 7초 후에 둘이 엎드렸던 장소에 또 포탄이 떨어져 터진 것입니다. 베트콩들은 포 한 방을 쏘고, 다시 흔들린 포를 바로잡고 조준선을 맞추어 바로 한 발 또 쏜 것입니다.
죽음을 살려주신 예수님
그날 밤 한국군 부대 여기저기에 포가 떨어졌습니다. 그날 밤은 제가 죽는 날이었습니다. 만일 채 하사가 술을 먹지 않았다면 저는 그 침대에 누워 있다가 포가 배에 꽂혀 포탄이 터져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죽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살려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이같이 몸이 죽어 끝나는 죽음이 무섭습니다. 한 번 죽으면 영원히 끝나기 때문입니다. 환난, 핍박,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의 감동을 주셔서 죽을 고비를 넘김
하나님과 성령님과 예수님께서 감동을 주셔서 채 하사와 저는 그날 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았습니다. 만일 채 하사가 술 먹었다고 화가 나서 그냥 제가 혼자 근무 서러 갔으면 채 하사가 죽었을 것입니다. 또 이 하사가 술을 안 먹었다면 선생이 근무 서고 와서 교대하고 자다가 죽었을 것입니다. 또한 포탄이 우리가 각각 있었던 자리에 두 번 터졌기에 두 번이나 죽음이 덮쳤지만 하나님과 성령님과 예수님께서 감동을 주시고 피하게 하시어 산 것입니다.
어느 때는 극한 어려움이 두 번이나 거듭 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전능자이시니 살리십니다. 너무 끔찍한 일을 하룻밤에 두 번이나 당했던 그때 그 상황을 생각하며, 지금도 저를 괴롭게 하는 자들 가운데서도 예수님은 저의 생명을 지키시고, 살리시고, 유익하게 해 주심을 믿고 이깁니다.
하나님도 성령님도 예수님도 평소에 교회에 안 다니는 자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믿는 자, 사랑하는 자가 그 옆에 있으면 그도 같이 살려 주시는 사랑의 존재자이십니다. 믿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여러분들도 이같이 죽을 위기에서 살려주십니다.
전쟁터에서 이같이 감동을 받아 움직여 살아난 것은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수십 번입니다. 하지만 오늘 다 말할 수는 없으니, 오늘은 그 중의 한 사연만 말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들도 꼭 죽을 곳에서 예수님께서 살려 주셨으니 깨달으라 함입니다. 여러분들도 죽을 데서 이같이 살려 주시어 지금 이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육신이 죽을 데서 살려 주셨고, 영혼이 세상에 빠지거나 사탄에게 유혹받아 죽을 데서 살려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성령님과 예수님께 감사하며 끝까지 기뻐하고 믿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저를 살려 주신 것도 감사해야 됩니다. 제가 죽었으면 이 복음은 못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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