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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명석

<만남> 영감의 시 8집 - 시인 정명석

정명석 著 만남 영감의 시 8집

 

책소개

가을이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며, 산과 들은 노랗고 빨갛게 익은 열매와 단풍으로 오색찬란하다. 시원한 바람은 고된 일상의 땀과 눈물을 닦아 주며 위로하니… 해마다 만나는 계절이지만,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그 정취를 그리며 기다렸다고, 좋아한다고 연신 고백들을 해 댄다.
정명석 시인도 이러한 만남을 위해 1년 만에 새로운 시집 한 권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다. 『만남』은 시인이 발표해 온 ≪영감의 시≫ 시리즈의 여덟 번째 시집으로, 여기에 오색찬란한 72편의 시가 네 파트로 나뉘어 실려 있다.

1부 ‘아름답고 신비하고 웅장하다’ / 2부 ‘그렇게도 기다린 낮과 밤이었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간절한 기다림, 만남의 환희, 생활 속에서 느끼는 사계절의 정취,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절벽 솔〉, 〈하나님 궁〉, 〈님은 왔네〉, 〈만남〉, 〈기다린 밤〉, 〈한가위〉, 〈너도야 읊어라〉 등). 여기에 내포된 정서들은 ‘감사와 감탄’이라는 시어로 귀결되는데, 이는 시인의 마음 중심에 자리 잡은 삼위일체와의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변화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고난 후에 다시 고향을 찾은 시인은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삶의 시를 읊게 되었다. 즉, 시인의 삶도 시도 부활기를 맞은 것이다. 따라서 시적 대상이 다채롭고, ‘시’와 ‘시 쓰기’를 주제로 한 메타시 또한 풍부하다(〈성령의 시〉, 〈속 이야기를 한다면〉, 〈존재할 때까지〉, 〈떠내려 보냈네〉 등).

3부 ‘이렇게 살았다’ / 4부 ‘생각 고도 높여라’
: 오 척 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수난기 때는 주변 환경에서 시상을 얻기보다 ‘생각’ 자체를 시적 대상으로 삼고 쓴 시들이 많다(〈생각 고도 높여라〉, 〈생각이 낙엽 되면〉, 〈믿지 마〉, 〈확인하라〉, 〈잠언〉, 〈잡념〉 등). 매일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한 몸부림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다(〈내 갈 길〉, 〈펜 끝 이천 리〉, 〈일 맛〉, 〈고생돼도 생명길〉 등).
이 시들은 누구든지 생각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승패가 좌우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인생과 영원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 낸다.

전 세계가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는 때다. 힘겨운 이 시기를 견디고 이겨 나가는 데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가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운, 따뜻한 심장이다.

 

 

저자소개

정명석 시인은 1945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후, 시를 4000편 이상 썼다. ≪영감의 시≫ 시리즈 여덟 권과 시선집 『내 고향 월명동 표적의 골짜기』를 발표했으며, 한국 시문학 100년사를 총망라한 『한국 시 대사전』(2011)에 그의 시 열 편이 등재되었다.

시인은 10대 때부터 산에서 기도 생활을 하고 성경을 2천 번 이상 읽으면서 배우고 깨달은 말씀을 세계 70여 개국 사람들에게 전해 온 종교 지도자로서, 시집 외에도 『구원의 말씀』, 『성자와 대화』, 『역사의 기록』, 설교집과 잠언집 등 100권이 넘는 종교 서적들과 회고록 『나만이 걸어온 그 길』을 집필했다. 또, 베트남전쟁 참전 체험을 바탕으로 쓴 『전쟁은 잔인했다. 사랑과 평화다 1~4』를 펴내어, 생명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에 조예가 깊어 조경, 미술, 음악, 스포츠로 세계 문화 교류를 꾸준히 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강물처럼/ 흘러간다/ 풀잎 위의 물방울처럼/ 흘러간다/ 봄날에/ 눈이 녹아 흘러가듯/ 시가 흘러간다/ 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듯/ 흘러간다 // 시의 흐름이여/ 물의 흐름이여/ 노래의 흐름이여/ 연주의 흐름이여/ 아!/ 인생의 흐름이어라’ - 〈시가 흘러간다〉

이 시가 말해 주듯, 정명석 시인에게 있어 ‘시’란 섭리와 같다. 존재의 이치에 따라 끊임없이 약동하는 생명이다. 흐르는 ‘물’이고, 리드미컬한 ‘노래’이며 ‘연주’다. 그리고 ‘인생’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머리를 쥐어짜거나 학습해서 얻어진 시심(詩心)이 아니다. 물 흐르듯 위에서 흘러 내려온다. 물은 모든 생명을 존재시키는 근원적 요소이면서,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성질을 지니지 않았는가(〈받아들여라〉). 그의 시는 우주 만물과 인간을 존재케 한 ‘창조주의 시선과 말’이 투영된, 마르지 않는 샘 같다. 그 천심에서 발로한 시심으로 시인은 계속 써 나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이 사랑은… 모든 개체들이 개성대로 살아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서로 어우러지는 화음(和音)을 만들어 내는 연주이다(〈시의 소리〉).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굴곡진 땅을 디디고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기까지 겪는 우여곡절, 육신 세계의 그 고단함과 극한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다.

시집 『만남』에서 우리는 사람 외에도 다양한 ‘임’들-풀벌레, 바위와 솔, 해와 달과 별, 삼위일체 신-을 마주하게 된다. 육지와 바다가 ‘서로 만나/ 아름다운 해변을/ 이뤘’듯이, 시인은 ‘임’과 만남으로써 사랑의 역사를 낳고 아름다운 시의 집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있다(〈해변〉).

이러한 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천국으로 가는 동행자’가 된다(〈내 갈 길〉). 시인이 소개한 대로, ‘창조주가 구상하고 만든 작품 세계’를 통해 황홀경을 경험하면서 창조주의 존재에 눈을 뜨게 된다(〈쪼갠 작품〉). 그러다 어느 날, ‘지구 궁전’에서 하늘과 땅이 ‘조화롭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웅장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지구 궁전〉)을 바라보며, 이를 ‘마음껏 보고/ 좋으면 사고/ 쓰면서 다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시인의 고백에 공명하기에 이르는 것이다(〈감사와 감탄〉).

정명석 시인의 경험적 범주는 이 지구 세상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인간의 속성 ‘선과 악’을 논할 때도 겉 세계만 보고 말하지 않는다(〈결국 꼴〉). ‘생각 고도’를 높여 ‘하늘로 오르는 길’을 통과해 닿은 영적 세계까지 시로 표현했다(〈생각 고도 높여라〉). 그의 말대로, ‘더 깊은 영의 시를 써서’ 시의 무한한 것을 보다 많이 내놓기 위해서다.

세상엔 시인이 많고도 많다. 또 넓은 의미로는,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나 다 시인이라고 칭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정명석 시인은 신령한 언어로 지은 집, ≪영감의 시≫ 시리즈를 통해 시의 지평을 확장해 왔다는 점에서 여느 시인들과 구별되고, 시문학사적으로도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 하겠다.

_ 2021년 10월, 도서 명문